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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08
2017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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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도 두들겨보고 사랑 찾자... 이니시에이션 러브

영화 ‘이니시에이션 러브’ 포스터 – 네이버 출처
글. 이동기(대회협력사업화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특유의 성향을 가진다. 액션을 즐기거나 서스펜스를 좋아하는 이도 있고, 멜로물 또는 코믹물만 찾아보는 이들도 있다. 반면 공포물을 절대 보지 않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성향은 때로는 선입견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필자의 부친은 한국영화는 거의 보지 않으신다. 한국영화는 수준이 낮다는 편견을 갖고 계시기 때문이다. 한국영화라고 하면 아직도 70~80년대 ‘영구와 땡칠이’나 ‘용가리’를 떠올리기 때문인데 현재의 한국영화가 비약적인 발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편견 또한 한국영화가 넘어야 할 산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필자도 영화를 보는 성향이나 선입견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일본영화는 오버액션이 많다는 것이다. 축적된 애니메이션 성과에 기반을 둔 뛰어난 기획력과 상상력, 그리고 거대한 투자비용과 우수한 촬영 및 편집기술 등 좋은 환경에 비해 배우들의 과장된 몸짓과 불필요한 코믹 요소가 영화의 전체 흐름을 망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필자의 선입견에 반기를 드는 영화가 있다. 일본영화 특유의 아기자기한 구성에 오버액션도 없으며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의 ‘이니시에이션 러브’를 소개한다.

영화 ‘이니시에이션 러브’의 한 장면 – 네이버 출처

 영화 ‘이니시에이션 러브’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 이 한 줄의 문장만으로도 여러분들은 한숨을 내쉴 것이다. 이 얼마나 단순하고도 지겹도록 반복적으로 다루어진 고전 영화의 답습이란 말인가. 언제나 새로운 주제를 갈망하는 현대 관객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청춘남녀의 로맨스에 영화의 운명을 걸었다. 이쯤 되면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 이 영화는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얘기하고 있지만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다른 곳에 있다. 그게 이 영화를 봐야하는 핵심 이유이다.

 주인공 스즈키(마츠다 쇼타 분)는 뚱뚱하고 소심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모태솔로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어느 날 마지못해 참석한 미팅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꿔 줄 만한 미모의 아가씨 마유(마에다 아츠코 분)를 만나게 된다. 비록 외모는 부족하지만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던 스즈키는 점차 마유의 마음을 얻게 되고 두 사람은 결국 연애를 시작하기에 이른다. 연애과정에서 스즈키는 편견 없이 자신을 대하는 마유와의 사랑을 통해 평범한 일상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사람으로 변하고자 노력한다. 이전까지 생각하지도 않았던 운전면허시험에 도전하고, 좀 더 멋진 사람이 되고자 다이어트까지 시작한다. 그녀는 이런 스즈키에게 ‘타쿤’이라는 별칭까지 붙여준다. 두 사람은 점점 사랑을 키워나가게 되고, 결국 스즈키는 마유의 응원에 힘입어 다이어트에 성공해 멋진 사람으로 변모하는가 하면 취직에도 성공하고 입사 후 능력을 인정받아 도쿄 본사로 발령받기에 이른다. 잠시 떨어져 지내는 게 아쉽지만 남자친구의 능력을 인정받았음을 기뻐하는 마유는 흔쾌히 그를 떠나보내 주고 대신에 스즈키는 매주 시즈오카로 내려오겠다고 약속하고 도쿄로 떠난다.

 자, 여기까지 side A의 얘기였다. 이처럼 감독은 영화 전체를 옛 카세트테이프를 바꿔 끼워주는 모습을 통해 side A와 B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는 나중에 얘기할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와도 관련이 깊다. 지금까지의 줄거리를 봤을 때 한때 연애 고수를 자처했던 분들이라면 뭔가 뻔한 스토리가 떠오르지 않은가. 그렇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대부분의 주말연애가 성공하기 쉽지 않듯, 스즈키와 마유 역시 힘든 고비에 접어든다. 도쿄 생활을 시작한 스즈키는 처음에는 매주 시즈오카로 내려와 변함없이 마유와 주말연애를 즐기지만 점차 생활에 지치게 되고 직장동료 미야코(키무라 후미노 분)에게 끌리는 상황까지 처하게 된다. side B의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상상이 될 것 같다.

영화 ‘이니시에이션 러브’의 한 장면 – 네이버 출처

 영화 전체를 봤을 때 이 영화는 지극히 평범한 남녀의 연애 사를 다룬다. 생면부지 남녀가 서로 만나 사랑의 감정을 품고 연애를 하는 이야기.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다가 결혼에 골인하게 되는 그런 흔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지만 이 영화는 색다른 반전을 선사하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여러분들이 기대하는 반전이다.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해보자.

 이 영화는 일본영화 특유의 과장된 오버액션이 없다. 그래서인지 주인공들의 밀고 당기기 또는 애정 표현이 제법 현실적이다. 그래서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자신의 연애 사를 떠올리게끔 할 정도로 많은 재미를 준다. 남의 연애 사를 들여다보는 것만큼 재미있는 게 또 있을까. 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반전에 모든 걸 걸었다. 감독의 반전에 대한 집요함은 포스터에서부터 드러난다. 반전, 오직 반전만이 살 길이란 듯이 포스터는 반전에 대한 스포일러를 강하게 드러낸다. 필자는 그 동안 1년 가까이 이곳에 영화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적으면서 포스터 문구에 대한 이야기를 수차례 했다. 그 만큼 포스터는 영화의 모든 걸 대변한다. ‘아메리칸 셰프’도 그랬고, ‘아이 엠 어 히어로’도 그랬다. ‘포레스트 검프’의 경우 아무 것도 없는 하얀 백지 위에 주인공의 모습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주인공 포레스트에 대한 이미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그 만큼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 ‘아이 엔 어 히어로’, ‘신이 말하는 대로’ 영화 포스터 – 네이버 출처

 하지만 최근의 일본 영화는 조금 다르다. 주류인지는 모르겠지만 포스터에 강렬한 글씨로 메시지를 진하게 남긴다. 앞에서 언급한 영화들 이외에 아직 소개하지 못한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왜 이렇게 길게 포스터 이야기를 하고 있냐면, 지금 소개하는 영화 ‘이니시에이션 러브’ 또한 그러하기 때문이다. 포스터에 참 말들이 많다. 사진이 별로 필요치 않을 정도이다. 허나, 이 영화만큼은 인정해주고 싶다. 왜냐, 이 영화는 반전이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반전에 대한 예고가 없다면 영화 초반에 자리를 박차고 나갈 관객들도 제법 많을 것 같다. 분명 두 연인 간의 연애 이야기가 재미있긴 하지만 남의 연애 이야기를 싫어하는 성향을 가진 관객들도 있지 않을까. 관객들은 알콩달콩 사랑이야기만을 보러 그 비싼 돈을 지불하고 극장을 찾은 게 아니란 말이다.

 거듭 얘기하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반전이다. 반전에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까부터 계속 반전, 반전, 반전을 외쳐대니 관객 입장에서는 도대체 어떤 대단한 반전이기에 하며 눈을 부릅뜨고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이 영화를 찾아볼지 모르겠다. 죄송하지만 그렇다고 2000년대 전후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식스센스(1999)’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디아더스(2001)’급의 충격반전은 아니니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 그저 아기자기한 연애 이야기 속에서 갑작스런 종소리가 땡하고 울리는 정도이니. 그 마저도 이 반전이 없으면 영화의 가치가 떨어질 것만 같다.

영화 ‘이니시에이션 러브’의 한 장면 – 네이버 출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영화를 소개하는 이유는 감독의 연출능력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은 반전을 이끌어내기 위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시간 배열과 갈등 구조를 재미나게 엮었다. 이 영화의 반전은 결국 이를 통해 일어나게 된다. 또한 그런 연출에 걸맞게 배우들의 연기도 적절하다. 할리우드의 대배우들이 보여주는 최고의 연기력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영화의 묘미를 잘 살리고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데 충분하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잘 어우러져 반전을 이끌어낸다. 그렇다, 또 이 얘기를 꺼내지만 결국은 반전이다. 반전 말고는 더 이상 얘기할 게 없다. 포스터에서도 친절히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마지막 5분에 반전이 있을 거라고. 궁금해 못 견디겠다면 직접 찾아보시길 바란다, 그 대단한 반전.

영화 ‘이니시에이션 러브’의 한 장면 – 네이버 출처

 영화의 제목은 ‘이니시에이션 러브’다. 굳이 해석하자면 ‘사랑의 성장통’ 정도이랄까. 어느 블로그에서는 사랑에 ‘절대’가 없다는 걸 깨달아야 어른이 되고 그걸 깨닫게 해주는 연애가 바로 ‘이니시에이션 러브’라고 했다. 사랑에 정답이 있을까, 하지만 누구나 그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어른이 될 것만 같다. 벚꽃이 풍성한 봄날에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과 옛 사랑의 추억을 다시 찾고 싶다면 이 영화 ‘이니시에이션 러브’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