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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36
2019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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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책, 청춘의 한 자락에 서서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한 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한 적이 있었다. 단순히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2010년 발매한 책의 제목이어서가 아니라, 그 문장이 이 시대 청춘들의 가슴을 가장 후벼 파는 말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경제위기라는 단어가 자주 흘러나오고, 청년실업률은 연일 최대치를 뛰어넘고 있다. 상아탑으로 대변되는 대학에서는 시대의 아픔을 읽고자 하는 청춘들의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매일 도서관에서 취업을 위해 학점과 외국어, 그리고 자격증을 위해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들의 지친 모습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청춘(靑春)은 말 그대로 만물이 푸른 봄을 뜻한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청춘’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는 그런 청춘들이 삶에 대한 고민을 읽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이탈리안 웨스턴의 거장인 故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1984년 만든 이 작품은 미국의 대공황과 금주법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뉴욕 빈민가 출신의 유대인 젊은이들이 우정과 사랑, 욕망과 비극을 대상으로 그 시대 청춘의 한 자락을 그린 작품이라 하겠다.
 러닝타임 4시간에 가까운 이 영화는 금주법 시대부터 1960년대까지 누들스(로버트 드 니로 분)와 맥스(제임스 우즈 분)의 인생을 비추는데, 각각 1921년과 1933년, 그리고 1968년의 장면으로 시간을 나누어 두 사람의 모습을 쫓아간다. 그 시간의 변화 동안 두 인물의 심리를 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히 표현하고 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한 장면 - 네이버 출처>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두고, 혹자는 시나리오의 구성력을, 또 다른 이들은 배우의 연기나 감독의 연출력 등을 언급하며 나름의 관점에서 영화의 우수성을 거론하지만 청춘의 한 자락이라는 측면에서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어느 시대, 어느 환경에 놓이건 간에, 그들 각자에게는 누구보다 소중한 자신의 청춘이다. 그 시기, 주인공들은 늘 무언가를 바라고 그 무언가에 쫓기듯 청춘의 시절을 보낸다. 금주법 시대에 밀주를 하며 돈을 벌고, 금주법이 해제되자 연방은행을 터는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결국, 개인의 야망을 위해 친구를 죽이고, 친구의 여자를 뺏고, 그리고 자신의 신분을 위장한 채 장관이 되어 정치적 야망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백발이 되어서야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후회한다. 열정적으로 달려온 청춘의 시기, 쉼표를 찍어야 할 시기를 놓치고 만 것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한 장면 - 네이버 출처>

 청춘의 고민과 방황은 어쩌면 자아 성장을 위한 당연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시대 젊은이들은 고민과 방황에 괴로워하고 조급해한다. 청춘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청춘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자격이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깊숙한 고민과 충분한 방황을 거친 후에 그 방향을 잃지 않는 ‘魂’으로 무장한 채 끈질기게 당당히 세상에 부딪혀 보는 것, 그것이 현대 사회의 청춘들이 가져야 하는 숙제일 것이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관객에게 우정과 사랑, 욕망과 비극만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방황을 거친 후 보다 커진 자아의 성장과 함께 제 자리로 돌아오는 과정, 그 과정 속에서 삶에 대해 고민하는 흔적, 바로 그 ‘흔적’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올해도 무더위의 나날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더위에 지쳐가는 하루, 이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권한다. 당신이 지금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더 이상 고민과 방황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자. 그리고 이미 청춘의 시기를 지났다면 이 영화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청춘을 끄집어 내보자. 자신의 고민과 방황이 당신 삶에 충분한 흔적을 남겼는가, 힌트는 영화에 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한 장면 - 네이버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