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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36
2019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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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책,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 ‘말할 수 없는 비밀’

 최근 수년 간 음악, 영화 등 문화 전반에 복고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몇 년 전 MBC프로그램 무한도전이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주제로 90년대 가요를 다시 꺼내 시청자들의 추억을 되짚더니, 영화 또한 사람들의 가슴 속에 감동의 생채기를 남긴 명작들이 선정되어 상영관에 재개봉되는 숫자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수많은 콘텐츠가 현대인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있음에도 현재가 과거의 자리를 대신하지 못한다는 방증이기도 하겠다.
 학원 로맨스를 주제로 한 수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이 영화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생채기를 어루만져 주지는 못한 듯하다. 지난 해 5월 재개봉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우리에게 그런 영화이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대만출신의 가수 겸 작곡가이자 영화배우인 주걸륜이 각본, 감독, 주연까지 맡은 감독 데뷔작이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열여섯살 때부터 작곡을 했던 것으로 유명한 주걸륜이 14살에 겪었던 자신의 첫사랑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알려져 있다.

 영화는 샹룬(주걸륜 분)이 피아노 특기생으로 단강예술고등학교에 전학을 오게 되면서 시작된다. 학교를 둘러보던 샹룬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발길을 옮기고 음악실에서 샤오위(계륜미 분)를 만나게 된다. 샹룬은 그녀에게 방금 연주한 곡에 대해 물어보지만 샤오위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고 답한다.
 영화는 약 1시간 40분의 상영시간 동안 샹룬과 샤오위의 따뜻한 사랑을 그려낸다. 얼핏 보면 여느 영화와 다를 바 없이 청춘남녀의 로맨스를 보여주고 있지만, 스토리를 이끄는 구성과 방식이 조금은 특이하다. 이 영화는 학원 로맨스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은 SF요소가 가미된 판타지 타임슬립 영화이다. 샤오위는 음악실에서 발견한 ‘Secret’이라는 악보 연주를 통해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온 인물이다. 비밀을 가진 샤오위는 샹룬과 사랑에 빠지지만 여느 학원 로맨스물이 그러하듯 샹룬에게 관심을 보이는 청의(증개현 분)가 나타나면서 서로 오해가 생기게 된다. 영화는 샹룬과 샤오위가 음악실의 피아노를 통해 시간을 거스르며 서로의 오해를 풀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피아노인 만큼 이 영화는 피아노를 배경으로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영화를 본 관객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으로 꼽는 주인공 샹룬과 선배 위하오(위하오 분)의 피아노 배틀 장면은 두 사람이 쇼팽의 「연습곡」 작품 10의 제5번 ‘흑건’과 ‘왈츠’ 64의 2번 등을 직접 연주한 것으로 유명하다.
(피아노 배틀 장면 유튜브 주소 : https://www.youtube.com/watch?v=HESwPzW3-BA)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영화는 아주 많지만 타임머신과 같이 기계에 탑승하여 과거와 미래를 여행하는 SF물이 대부분이었다면 타임랩스(2014년작)의 사진기나 동감(2000년작)의 무선기와 같이 특정 매개체를 통해 주인공이 과거와 미래를 경험하게 만드는 영화도 있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이와 같이 피아노라는 매개체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젊은이들의 사랑을 진솔하게 잘 그려낸 작품이다.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는 7월의 끝자락에 서서 지그시 눈을 감아본다. 그리고 잃어버린 추억을 되살려 본다. 바쁜 일상 속 잊고 사는 것들을 한번 씩 떠올려 보자. 후회를 남겼던 모든 일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피아노처럼 자신만의 매개체를 찾아 타임슬립에 빠져보도록 하자.

 배경이 된 영화 속 단강예술고등학교는 대만의 단수이라는 지역에 있는 담강고등학교이다. 영화의 각본, 감독, 주연을 맡은 주걸륜이 졸업한 학교이기도 하다. 왜 영화를 만들었냐는 질문에 자신이 다녔던 학교가 너무 아름다워서 오래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했다고 하니, 이번 여름, 대만의 단수이를 방문해 아름다운 단강예술고등학교 교정을 거닐어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