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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33
2019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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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파견 연구원

 
   재료연구소는 해외 선진 기관에 직원들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해외 파견 근무는 관심있는 연구 분야에 대해 심도있게 연구하고 선진 연구기관만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몸소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현재 재료연구소에서는 3명의 연구원들이 미국, 러시아 등에 파견돼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KIMS 탐방 7월호에서는 이재욱 선임연구원과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먼 이국에서 재료연구소의 이름을 반짝반짝 빛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재욱 선임연구원의 파견 생활 살짝 들여다볼까요?



첫 번째 질문입니다. 먼저 파견지는 어떤 곳인지 설명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에 소재한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ORNL)에 있습니다. 주로 미국의 에너지국(Department of Energy)로부터 연구 과제를 수주하는 곳입니다.
   이 곳은 세계 최고 수준의 Spallation Neutron Source (SPS) 및 High Flux Isotope Reactor(http://neutrons.ornl.gov) 등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중성자 응용 연구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또 2010년 세계 최고 속도 슈퍼컴퓨터인 Jaguar(http://computing.ornl.gov/)도 보유하고 있어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도 두각을 보입니다. 이 외에 재료과학, 바이오 등에 대한 연구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첨단장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파견지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분자동역학을 이용한 금속(CuZr)의 유리전이(Glass Transition) 기구, 응고 중 핵생성 속도, 고상-액상 계면 구조, Nanoindentation 중 전위생성 기구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속의 유리전이 현상에 대해 깊이 있는 이론적 지식을 습득했습니다. 공부는 정말 많이 했는데 시뮬레이션 결과가 잘 안 나오네요. ^^;
   이 현상은 냉각 중 액상 금속이 결정화되지 않고 유리처럼 비정질화되는 것인데, 지난 20여 년 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연구되었지만 아직도 그 과정이 명확히 이해되지 않은 현상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바로 노벨상을 탈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몇 연구소와 대학 등에서 활발히 연구되었지만 실험에 비해 이론과 시뮬레이션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뮬레이션 결과가 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혹시 파견생활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나요?
싸고 멋있어 보인다고 해서 빨강색 중고차를 넙죽 샀다가 수리비가 차 값의 반이 나왔습니다. Dodge사의 Stratus라는 모델인데, Dodge는 주로 트럭만 만드는 회사더군요. 연구소 주차장에서 제 차 말고 이 모델을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차인지 한 번 보고 싶습니다. ^^ 그럼 KIMS가 배워야 할 파견지의 좋은 문화는 어떤 것이 있나요?
솔직히 미국이라는 나라는 너무 넓어서 잘 모르겠고 ORNL에서의 생활을 통해 느낀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시스템이 다릅니다.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차이는 대부분 기업이 참여하지 않고 정부의 간섭이 적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구 외 행정업무에 투자하는 시간이 적고, 상용화를 목표로 하지 않는 학술적 연구도 많이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점은 연구원 개개인의 차이입니다. 연구수행 단위가 그룹 같은 조직보다는 개인에 한정돼 있습니다. 따라서 연구주제도 개인이 결정하고 수행도 대부분 개인적으로 진행(주로 포닥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나 출장, 연구비, 학회 참석, 논문 제출 등에 대한 간섭이 없고 그룹 회식도 없습니다.
   단 연말에 과제 수주 현황, 논문 발표 등 개인평가를 냉정하게 진행합니다. 이러한 문화는 개인별 연구능력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단기간의 기술 개발에는 한계가 있지만 장기간의 기술 축적에는 상당히 이로운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룹 회식이 없다니 너무 아쉽습니다. 그럼 파견지의 독특한 문화나 음식, 장소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미국에서 ORNL 만큼 심심한 곳도 없습니다. 가장 유명하다는 Smokey Mountain도 지리산보다 볼 게 없더군요. 아마도 사막 한복판에 있다는 Los Alamos 국립연구소 다음으로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골이고 길이 넓다 보니 출퇴근을 시속
100km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매일 시속 100km로 출근하면 어떨까요? 정말 색다른 경험일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벌써 마지막 질문입니다. 우리 KIMS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주세요!
사십대에 가까운 나이라 그런지 이제 미국 생활이나 연구 환경에 대한 부러움은 없습니다. 다만 이 곳 연구원들의 생활 방식이 처음에는 조금 신기하더군요.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동료 얼굴 한 번 안 보고, 농담 한마디 안 하고, 밥도 같이 안 먹어도 누구 하나 어색해하지 않고 매일매일 똑같이 사무실이나 실험실에서 자기 일만 알아서 열심히 합니다. (저는 이런 환경에 적응하느라 영어를 배우기는커녕 한국말만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러면 혼자되기 쉽죠.)
   이런 모습들이 한편으론 정 떨어지게 만들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 사람들이 내가 다다를 수 없는 높은 연구수준에 이를 것만 같아 제 생활을 뒤돌아 보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멀리서도 KIMS인으로서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인터뷰였습니다.
메일을 주고 받을 당시 월드컵 16강 예선이 한창이었습니다.
멀리서도 응원하겠다던 이재욱 선임연구원의 글이 생각납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KIMS 파이팅! 모두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