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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33
2019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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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조화로 조선판 명탐정을 꿈꾸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의 포스터 – 네이버 영화 출처
글. 이동기(대외협력실)

 흔히 역사적으로 널리 알려진 추리작가를 떠올리면 셜록 홈즈 시리즈로 유명한 코난 도일(1859~1930)이나 에르큘 포와로를 멋지게 포장한 아가사 크리스티(1890~1976), 아르센 뤼팽으로 이름을 날린 모리스 르블랑(1864~1941), ‘황금풍뎅이’, ‘검은고양이’로 잘 알려진 에드거 앨런 포(1809~1849), 공동 필명인 엘러리 퀸으로 잘 알려진 사촌형제 프레데릭 대니(1905~1982)와 맨프레드 리(1905~1971) 등이 언급되곤 한다. 이들의 작품들은 너무나 유명해 영상미로 그 화려함을 전달하고자 영화로 만들어지는 시도가 자주 이루어졌다. 그리 멀리 찾지 않아도 지난 2017년 개봉했던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7)’이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감독 자신은 물론 페넬로페 크루즈, 윌렘 데포, 주디 덴치, 조니 뎁 등 할리우드의 명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아 명작을 재조명한 것으로 잘 알려지기도 했다.

 유명한 추리작가들과 작품들을 서두에 장황하게 끄집어낸 이유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건 바로 ‘캐릭터’ 구축에 탁월함을 장식한 이들이란 것이다. 셜록 홈즈와 왓슨, 에르큘 포와로와 헤이스팅스, 아르센 뤼팽과 이지도르 보트를레 등 이 모든 가상의 캐릭터들은 오랫동안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해왔다. 그리고 이번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품 또한 이 캐릭터 구축에 탁월한 장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장점에 대해 잠시 얘기해보고자 한다. 시트콤 올드 미스 다이어리(2004)로 신선한 주제를 색다르게 표현했던 김석윤 감독의 작품, 그 시리즈 첫 번째,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이다.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출처

 리뷰는 첫 번째 이야기를 드러냈지만 사실 지금까지 개봉한 전체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지금까지 총 3편이 나왔다. 이 영화가 처음부터 시리즈를 계획하고 제작된 것인지는 필자가 들은 바가 없으나 적어도 1편부터 캐릭터 구축을 전제로 깔아놓고 시작했다고 봐도 무리한 해석은 아니다. 비슷한 목적인 김정훈 감독의 ‘탐정: 더 비기닝(2015)’은 똑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캐릭터 구축에는 실패했다. 시리즈 성공의 전제는 이야기의 재미는 물론 등장인물 간의 조합이 맞아야 하는 것인데, 이를 간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적어도 필자의 소견으로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배우 김명민과 오달수가 완벽한 케미(?)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특히 김명민은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로 할리우드의 명배우 크리스찬 베일과 비슷한 구석을 꽤 풍기는 배우이다. ‘겉’으로는 작품과 역할에 맞춰 몸을 만들어내는 정신과 노력파이기도 하고, ‘안’으로는 그 정신력과 역할에 모든 걸 쏟아 붓는 직업의식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기력 또한 뛰어나 두 배우 모두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맡은 역할에서 최대의 기운을 이끌어낸다.

 크리스찬 베일은 대부분의 관객들이 ‘배트맨’ 트릴로지에서 분했던 ‘브루스 웨인’ 역할을 쉽게 떠올릴 것이고, 김명민의 경우 대부분 드라마 하얀거탑(2007)의 ‘장준혁’ 역할을 떠올릴 텐데, 필자는 오히려 이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을 꼽는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웃음과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비슷한 스토리의 추리물에 각각의 개성을 부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007시리즈의 일명 ‘본드걸’처럼 캐릭터의 개성을 부각시키는 여배우를 시리즈마다 적절히 캐스팅해 영화의 잔재미를 더했고,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유행하고 있는 히어로물과 같이 주인공의 능력에 기대고 있는 영화가 아니기도 하기 때문이다. 흔한 서양의 히어로물을 보면서 한번쯤 토속적인 히어로를 기대했던 분들이라면 누구나 국산(?) 히어로 ‘홍길동’과 ‘전우치’를 떠올릴 수 있겠다. 아쉽게도 ‘홍길동’은 조명화, 김청기 감독이 ‘슈퍼 홍길동’ 시리즈를 통해 아동물에서 약간의 재미를 봤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이를 확대시키지는 못했고, ‘전우치(2009)’는 미남 배우 강동원을 주인공으로 제대로 된 히어로를 만들어내고자 고군분투했으나 필자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연출 측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연상호 감독의 ‘염력(2017)’ 또한 새로운 배경을 통해 국산 히어로물의 시작에 무게를 뒀으나 이 또한 다들 아시다시피 스토리의 아쉬움에 참패하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본다면 이 정도면 충분히 선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군다나 첫 번째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시작으로 모두 세 편의 작품을 내놓으면서 한편으로 진부해질 수도 있는 조선시대 이야기를 흡혈귀 등의 독특한 소재까지 담아내면서 신선함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출처

 이번 영화 또한 두 가지의 특징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한국판 셜록홈즈와 왓슨을 표방한 캐릭터의 형성과 앞으로 시리즈로 나아갈 방향의 등대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영화의 흥행과 그 흥행이 시리즈로 이어지게끔 만들 수 있는 성과는 모든 감독들이 바라는 꿈이다. 허나 대부분이 이에 실패하고 마는데, 특히 캐릭터의 개성을 내세우는 영화들은 더욱 그렇다. 캐릭터를 살리면 스토리가 죽고, 스토리를 살리면 캐릭터가 돋보이지 않는 딜레마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지난 번 소개한 영화 ‘콘스탄틴(2005)’은 개성이 강하고 뚜렷한 배우 키아누 리브스를 캐스팅함으로써 스토리 자체에 대한 무게감을 지우는 걸 감수하고 만든 영화였다. 그만큼 익숙하고 진부한 스토리였지만 그 희생 덕분에 ‘존 콘스탄틴’이라는 캐릭터가 보다 뚜렷해졌고 관객들이 어서 빨리 후속편을 기다리게끔 만드는 이유가 되어 버렸다. 이는 그가 출연한 영화 ‘존 윅(2014)’, 좀 더 범주를 넓히자면 최근 다시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터미네이터’, ‘고스트 버스터즈’ 시리즈 등도 이에 해당한다. 이와 반대로 캐릭터보다 스토리에 치중해 특정 캐릭터의 무게를 애써 분산시킨 영화가 바로 ‘스타워즈’ 시리즈이다. ‘다스베이더’, ‘한 솔로’, ‘R2D2’ 등 확실히 앞에서 언급한 영화들보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부각되고 존재하는 걸 잘 알 수 있다. 오늘 얘기하는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전자에 해당한다. 스토리의 무게를 줄이고 캐릭터의 활동을 다양하게 만들어 관객들의 흥미와 재미를 더했다. 영화를 보고나면 스토리는 기억이 나지 않아도 캐릭터의 개성과 케미는 확실히 각인되어 기억될 정도이다.

 둘째는, 젊은 연령층에게 다소 지루하고 진부하게 여겨질 수 있는 사극의 소재를 확장시켜 현대판 재미를 새롭게 창출한 점이다.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1탄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시대적 배경에 익숙한 소재로 캐릭터 간의 케미에 초점을 맞춰 시작했다. 공납 비리를 숨기려는 관료들의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파견된 조선 제일의 명탐정 김민(김명민 분)과 개장수 서필(오달수 분)의 만남은 물론 그들의 조화를 사건의 행방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2탄 ‘사라진 놉의 딸’은 불량은괴 유통이라는 나름 위조지폐 유통의 조선시대 판 범죄를 소재로 사용해 관객들의 재미를 이끌어냈으며, 3편 ‘흡혈괴마의 비밀’은 아예 시대극에 있어서 익숙지 않은 흡혈귀 또는 좀비와 같은 공포 소재를 사용해 관객들의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즉 영화의 재미는 분명 캐릭터 간의 케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배경 또한 허투루 정하지 아니하고 관심과 재미를 이끌어내기 위한 신선함까지 선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출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영화를 두고 아쉬운 점은, 다양한 재미 요소에도 불구하고 1탄 478만 명, 2탄 387만 명, 3탄 244만 명으로 생각 외로 적은 관객 수와 특정 배우가 모 사건에 휘말려 활동과 이미지에 어느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관객 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다양한 요소들과 나름의 이유가 작용하겠지만 할리우드 영화가 배급력과 투자 측면에서 우세를 자랑하는 냉철한 국내 시장을 생각했을 때, 국산 영화가 이 정도의 흥행 성적을 거둔 건 결코 적은 숫자라고만 볼 수 없다는 게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홍길동’, ‘전우치’, ‘탐정’ 등 캐릭터 구축에 실패를 거듭한 영화들과는 달리,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흥행력을 가진 캐릭터를 구축했다는 점은 분명 인정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배우의 특정 사건에 휘말림은 개인의 영역이라 여기서 언급하는 건 논외로 하겠다. 다만 그가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을 감안할 때, 김석윤 감독이 이를 어떻게 잘 대응해 다음 편을 구성할지, 아니면 여기서 시리즈를 마무리 지을지 개인적으로 궁금한 부분이다. 이는 영화 아이언맨(2008)의 배우 테렌스 하워드가 아이언맨2(2010)에서 돈 치들로 바뀐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그 만큼 주인공을 맡고 있는 두 배우 간의 케미가 이 영화 시리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무게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아무쪼록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어 다음 편에서도 그가 등장할 수 있기를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출처

 마블과 DC의 코믹스에 바탕을 둔 히어로들이 판을 치는 현재의 영화 시장 속에서, 기존의 진부함을 벗어나 신선하고 독특한 국산 히어로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은 관객들이라면 분명 이 영화 ‘조선명탐정’을 보고 후회하지 않으리라 필자는 생각한다. 영화 ‘부산행(2016)’으로 흥행 대박을 터뜨렸던 연상호 감독이 새로운 시도를 했었던 ‘염력(2017)’이 나왔을 때 많은 분들이 실망하셨겠지만, 필자는 그 시도에 박수를 보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 속에 스스로 뛰어들어 자칫 비판의 타겟이 될 수 있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것만큼이나 용기 있고 가치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새로운 내음이 가득한 봄의 끝자락에서 재미와 웃음 가득한 한국판 히어로(?)의 제대로 된 추리와 모험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에서부터 시작해 세 편의 시리즈를 즐겁게 경험해보시길 강력히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