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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18
2018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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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등장은 위대했다... 쟈니 익스프레스

애니메이션 ‘쟈니 익스프레스(2014)’의 한 장면 – 재료연구소 편집본
글. 이동기(대회협력사업화실)

 영화를 보다보면 필자가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을 때가 많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한데 모여 동일한 영화를 관람하고 그 영화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근 가능한 온라인 공간은 익명성에 가려져 진정성 있는 의견 공유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예전에도 얘기했지만 ‘M군의 영화 산책’은 영화를 잘 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가 어떠한 영화인지, 어떠한 특징을 가지는지를 공유하고 시간이 허락될 때 영화를 꼭 한 번 찾아보기를 추천하는 목적으로 마련했다. 업무에 찌든 매일의 일상 속에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시간과 공간이 되기를 기대하는 이유도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글을 읽고 영화에 흥미를 느껴 직접 찾아보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더군다나 이 공간에서 필자가 소개하는 영화들은 극장에서 현재 상영 중인 영화보다 상영 후 막을 내린지 한참 지난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들은 TV 속 영화 소개 프로그램들이 매주 나른한 주말을 채워주며 상세하고도 쉽게 설명을 해주고 있지 않은가. 식견이 높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분들께서 영화에 대한 평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어 필자의 영화에 대한 소견이 다소 무색해질 따름이다. 그래서 필자는 현재 극장에 걸려 있는 영화보다 이미 지나갔지만 이를 경험하지 못한 분들에게 미처 보지 못하고 놓쳐 버린 영화들 중 이런 작품도 있었다고 소개하고 싶었다. 하지만 앞에서 얘기했듯이 그 영화를 보고 싶어도 다시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니 개인적으로 매우 아쉽고 또 아쉽다고 하겠다.

애니메이션 ‘쟈니 익스프레스(2014)’의 한 장면 – 네이버 출처

 그런 점에서 오늘은 특별히 이런 아쉬움을 달래는 목적으로 한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니 아예 작품 자체를 통째로 가져왔다. 지금 당장 한 손에는 팝콘을, 다른 한 손에는 콜라를 준비하시라. 그리고 이어폰을 귀에 꼽고 볼륨을 살짝 올려놓기 바란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웹진을 읽어보던 분들이 부담을 가지지 않겠냐고? 그런 염려는 잠시 내려놓아도 좋겠다. 오늘 소개하는 작품은 여러분들이 극장에서 관람하는 2시간짜리 장편 영화가 아니니까. 5분! 단 5분만 시간을 투자하면 작품 전체를 다 관람할 수 있다. 필자가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여러분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다만 이번 작품 또한 지난 번 ‘아키라(1998)’에 이어 실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을 소개해본다. 애니메이션도 만화의 일종이므로 “만화는 유치해.”, “이건 아이들이 보는 거니까 난 안 봐.”라고 외면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필자가 지난 번 얘기했던 선입견의 틀에 빠져 있는 게 아닌 지 한번쯤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현대 문화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실사 영화와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점이다. 영화 아바타(2009)는 3D영화로는 유례없이 엄청난 흥행을 몰고 오며 전 세계적으로 컴퓨터 그래픽 산업에 대한 투자를 끌어오는 성과를 가져왔다. 영화 혹성탈출(2011) 3부작(Trilogy)는 모션 캡쳐(Motion Capture)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한 영화로 주목받았다. 배우 앤디 서키스의 숨은 능력을 발견할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지난 번 소개했던 웰 메이드(Well-made) SF영화들은 진짜 우주 공간에 나가서 촬영했을까? 영화의 제작 과정에서 높은 퀄리티를 얻기 위한 실사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공존(共存)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필자도 잘 알고 있다. 이 경우와 그 경우는 엄격히 말하자면 다르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넓은 아량을 가지고 화면을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더군다나 오늘 소개하는 작품은 앞에서 얘기했듯이 5분짜리이다. 5분, 딱 5분마저도 투자하지 못하겠다면 지금 당장 화면의 윈도우 창을 과감히 닫아도 좋다. 하지만 그 정도 시간을 할애할 마음이 충분히 있다면 마우스의 스크롤을 계속해서 움직여 내려가 보자. 대한민국 우경민 감독이 기획, 시나리오, 디자인을 함께 맡았다. 단편 애니메이션 ‘쟈니 익스프레스(2014)’를 소개한다.

애니메이션 ‘쟈니 익스프레스(2014)’의 한 장면 – 네이버 출처

 지난 2014년, 불과 5분에 지나지 않은 단편 애니메이션 한 편이 웹(Web) 상에 공개됐다. 그리고 포스팅 5일 만에 200만 뷰, 한 달 이내 1천만 뷰를 돌파하는 등 엄청난 속도와 조회 수로 많은 이들의 입소문을 탔다. 5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인 만큼 이 작품에 대해 무슨 얘기를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엄청난 몰입도로 깊은 인상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오랫동안 공유할 수 있을 정도의 콘텐츠가 있는 건 분명 아니다. 그런 점에서 몇 가지 사실만 살짝 짚어본 후 작품을 감상했으면 한다.

 단편 애니메이션 ‘쟈니 익스프레스(2014)’는 우경민 감독이 제작했지만 작품 내용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크게 연결될 만한 요소는 사실 없다. 이는 정서적인 부분에서 외국인들이 받아들이기에 거부감이 적다는 말과 같다. 즉 해외에 쉽게 소개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실제 본 작품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단편 애니메이션 시상식 ‘디지콘6 아시아 어워즈’에서 그랑프리를 획득했는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소재를 자연스럽게 끌고 나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최근 몇 년간 해외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고 있다. 필자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월트디즈니의 ‘겨울왕국(2013)’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퀄리티가 높았기 보다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서가 맞아 떨어졌다는 점이 흥행에 가장 크게 작용했다. 이 말은 우선적으로 스토리 라인이 탄탄했다는 얘기와 같다. 이 외에 이디나 멘젤이 부른 O.S.T ‘Let it go’의 인기도 한 몫 했다. 국내에서 다수의 프로그램들이 이 곡을 따라 부르거나 사용함으로써 더욱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이러한 흥행에 힘입어 조만간 2탄이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1탄을 재밌게 봤던 분들이라면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또 다른 작품들은 뭐가 있을까?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픽사의 ‘토이 스토리(1995)’와 드림웍스의 ‘슈렉(2001)’이 떠오른다.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 ‘인크레더블(2004)’ 역시 오랫동안 기다려온 팬들을 의식해 2탄을 제작 중에 있다고 한다. 이 작품들 모두 탄탄한 스토리를 배경으로 전 세계 어린이들의 동심에 매력적인 장점을 가지고 다가간 작품들이 아닐 수 없겠다. 하지만 이 모든 작품들은 이 외에도 또 다른 치명적인 강점 하나를 가지고 있다. 그 강점 하나가 이 작품들로 하여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게 바로 ‘캐릭터’다. 애니메이션은 재미와 흥미를 이끄는 스토리도 중요하고 화면에 생동감을 불어 넣어주는 그림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캐릭터’가 가져오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쟈니 익스프레스(2014)’의 한 장면 – 네이버 출처

 무슨 얘기인가 하면 캐릭터가 단순히 한 배역의 역할을 맡아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구성 요소로서 작용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장단점을 발산하는 요소로 자리매김한다는 거다. 이는 어디로 연결될 수 있을까? 그렇다, 바로 캐릭터 상품의 판매이다. 앞에서 인기를 끌었던 대부분의 애니메이션들은 모두 캐릭터 사업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 애니메이션의 열기를 이어가려 했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장난감, 인형, 문구, 의류 등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제품들에 이 캐릭터 효과가 스며들어 있다. 캐릭터 이야기를 꺼내자니 한 작품을 빠뜨리고 언급하지 않을 뻔 했다.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슈퍼배드(2010) 시리즈에서 너무나 깜찍한 백치미를 발산했던 매력 덩어리, ‘미니언즈(2015)’도 그에 속한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모습, 행동만으로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은 미니언즈들의 존재는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만들어준다.

 ‘쟈니 익스프레스(2014)’를 소개하면서 왜 이렇게 다른 애니메이션 소개를 장황하게 늘어놓느냐고? 바로 이 작품이 이와 같은 인기몰이를 한 여러 애니메이션들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1시간 30분이 넘는 장황한 스토리 라인을 갖춘 애니메이션들에 비해, 불과 5분에 지나지 않은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 ‘쟈니 익스프레스(2014)’의 주인공 쟈니와 외계인들의 캐릭터는 단 5분만으로도 그런 매력을 충분히 발산한다. 그것도 아무런 대사 하나 없이 말이다. 그는 단지 긴 우주 공간에서의 잠에서 깨어나 캔 음료수를 쪼르르 마신 후 택배 상자 하나를 들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뿐이다. 물론 초인종을 누르고 “택배 왔어요!”를 외치지는 않는다. 그저 택배를 주문한 이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려 보지만 택배를 주문한 고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택배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데, 아뿔싸 조금 전까지 손에 있던 택배 상자가 사라졌다. 어떻게 하지, 택배를 잘 전달했다고 기록해야 할까, 아니면 실수로 잃어버렸다고 기록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던 주인공 쟈니는 그냥 ‘미션 컴플리트’ 버튼을 누른 뒤 그 자리를 떠난다. 이게 전부다.

애니메이션 ‘쟈니 익스프레스(2014)’의 한 장면 – 네이버 출처

 이 작품은 앞에서 얘기했듯이 모든 캐릭터들이 각자의 개성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캐릭터 사업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갖고 있음은 물론이다.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려 짧은 시간에 녹여냈다. 이와 더불어 영상의 비주얼, 장면마다의 완성도, 감독의 상상력 등이 한데 버무려져 관객들의 몰입 도를 배가시켰다. 메이저 제작사의 작품에 익숙한 전 세계 관객들의 정서를 전반적으로 잘 공략한 점은 커다란 장점이 되겠다. 또한 이 작품은 대사가 없다(정확히 말하자면 필자는 지구인인지라 못 알아듣겠다). 대사가 없다는 사실은 표정과 행동만으로 스토리를 이끌고 가야하는 제약을 가지지만, 그 만큼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임을 대변해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한 ‘미니언즈(2015)’가 이에 해당한다. 재밌고 유쾌하다, 그리고 때로는 통쾌하다. 나쁜 길을 가려하는 외계 악동이지만 은근히 매력적이다. 이 작품 ‘쟈니 익스프레스(2014)’도 그렇다. 함께 나온 외계인들은 더더욱 귀여운 매력을 발산한다. 그래서 그들이 놀라고 소리치는 모습까지도 매력적이다. 어떻게 보면 매우 잔인한 스토리를 갖추고 있지만 전혀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재미있을 뿐이다. 마지막 장면까지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5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은 공교롭게도 ‘미니언즈(2015)’를 제작한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에서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을 결정해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자신들이 가진 장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들이 작품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것일까. 솔직히 탁월한 선택이었는지 아닌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 작품을 1시간 30분이 넘는 장편으로 바꾸었을 때, 과연 작품의 캐릭터가 그대로 살아날지 아니면 사람들에게 흑역사로 기억될 형편없는 작품으로 전락하고 말지 개인적으로 매우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적어도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업체가 대한민국의 젊은 감독이 제작한 5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의 잠재력을 인정해줬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오해는 마시라, 필자는 원래 애니메이션 자체를 특별히 좋아하는 성향은 아니니까. 그러니 이 말이 과찬인지 아닌지는 여러분들이 직접 평가해주셔도 좋겠다. 자, 모두들 5분을 할애할 준비가 되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