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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29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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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고 더 그리워 아쉬움으로 남은 그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2018)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의 포스터 – 네이버 영화 출처
글. 이동기(대외협력사업화실)

한동안 전 세계가 난리였나 보다.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도 그 열기에 빠져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곁에 있으면 존재의 고마움을 모르고, 곁을 떠나고 나면 빈자리에 허전함을 느끼는 건 마치 연인들의 사랑이야기와도 같다. 매체의 영향력이 이렇게나 크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이미 우리 곁을 떠난 지 27년이 된 지금, 그의 빈자리가 참으로 그립다. 락 밴드 ‘퀸’의 메인 보컬, ‘故 프레디 머큐리(1946~1991)’의 이야기다.

필자는 ‘퀸’의 오랜 팬이다. 늘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오디오에는 지금도 ‘퀸’의 음악들이 가득 들어있다. 학창시절 귀에 꽂고 다니던 MP3 플레이어 또한 마찬가지였다. ‘Bohemian Rhapsody’, ‘We are the champion’, ‘Love of my life’, ‘Too much love will kill you’를 특히 즐겨 듣곤 했다. 개그맨 김진수, 이윤석씨로 구성된 립싱크 듀오 ‘허리케인 블루’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Bohemian Rhapsody’를 부르던 장면은 개인적으로 잊히지 않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무척이나 보고 싶었고, 짬을 내어서라도 달려가 볼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2018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군 이 영화를 얘기했으면 한다. 브라이언 싱어와 덱스터 플레처가 번갈아 감독을 맡는 우여곡절을 겪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출처

 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는 영국의 전설적인 락 밴드 ‘퀸’의 탄생과 인기를 그린 영화이다. 아니, ‘퀸’의 메인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조명한 영화이다. 아니아니, ‘프레디 머큐리’의 사랑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이다. 아니, 그것도 아니, ‘프레디 머큐리’의 ‘성(性) 정체성’의 변화와 에이즈 환자로서의 투병,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애처로움을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뭐 그런... 영화인걸까? 도대체 이 영화의 정체는 무엇일까? 감독은 관객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걸까? 솔직히 아직까지도 맘에 드는 답을 찾지는 못했다. 허나 약 134분의 짧은 러닝 타임동안 앞에서 언급한 모든 내용들을 아우르길 원했다면 분명 이 영화는 방향을 잃고 산으로 올라가는 배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퀸’의 많은 음악들을 영화 ‘맘마미아(2008)’처럼 풀어내길 원했었다. 그렇다고 뮤지컬 스타일의 소개 방식을 원한 건 아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퀸’의 음악들이 곡의 가사만큼이나 ‘퀸’ 멤버들의 실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를 기대했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영화는 ‘퀸’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일일이 조명해내지는 못했다. 차기 음반 제작을 위해 한적한 시골에 자리 잡고 합숙생활을 하며 ‘Bohemian Rhapsody’와 ‘Love of my life’ 등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나름 상세하게 보여줬지만, 영화의 큰 틀에서 이를 비춰보면 너무 뜬금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후에 브라이언 메이를 통해 ‘We will rock you’를 만들어내는 장면은 그나마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절했던 것 같다. 이도저도 아닌 건 영화 ‘파운더(2016)’와 많이 닮았다. 감독이 A와 B, 둘 중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했어야 했다. 짧은 러닝 타임동안 너무 많은 얘기를 하려하다 보니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잘려나가는 게 너무 많았다. 결국 관객들이 볼 수 있었던 건 눈을 감고 만져보는 코끼리 코에 불과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출처

 ‘프레디 머큐리’의 사생활은 차라리 끄집어내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그의 양성애와 에이즈에 조명을 맞추고자 했으면 차라리 강하게 밀고 나가던가. 사실에 입각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흥행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테니 그 심정은 이해가지만, 영화를 보면 솔직히 안하느니만 못한 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12세 관람등급을 받고나니 스토리의 표현 범위는 더욱 더 제한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폴(엘렌 리치 분)과 키스를 한번 한 것만으로 프레디(라미 말렉 분)는 마치 트리거(Trigger) 현상을 겪은 것 마냥 성(性) 정체성의 혼란에 빠져 버린다. 그나마 짐(아론 맥쿠스커 분)의 등장 이후 폴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짐이 동성연애자로서 프레디의 인생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보여주지도 못한다. 실제 짐은 프레디의 삶 속에서 큰 무게와 위치를 가진 인물인데, 영화에서는 너무나 뜬금없이 등장했다가 사라지고 또다시 등장한다. 프레디의 부모 앞에서 두 사람이 손을 꼭 잡는 장면은 너무 어이없어 헛웃음만 나온다.

 영화는 중반까지만 해도 영화 ‘댓 씽 유두(1997)’를 쫓아가려 애를 쓰는 것처럼 보인다. 밴드의 멤버 영입 과정과 매니저의 등장, 대형 기획사와의 계약, 갑작스런 스타 탄생, 음반 제작과 전국 투어, 매니저와의 불화, 멤버 간 불화까지 모든 과정들이 너무나 많이 닮아있다. 영화 ‘댓 씽 유두(1997)’는 통통 튀는 노래만큼이나 재미있고 유쾌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는 이를 조금은 어설프게 뒤따랐다. 그게 참 아쉽고 또 아쉽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출처

 1985년 7월 개최된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 장면은 많은 이들이 극찬하고 있는 이 영화의 백미이다. 아마도 이 장면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필자는 참고로 ‘퀸’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영화를 보기 전 이미 시청한 바 있다(이는 유튜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결코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나서 상영관에서 영화를 접했을 때 그 감흥은 상당히 반감됐다. 그래서 말인데, 영화를 이미 보신 분들은 이 영상을 검색하지 마시길 바라며, 영화를 보실 분들 또한 영상을 미리 보지 않고 상영관을 찾기를 권한다. 약 7만여 명의 관중에 둘러싸인 웸블리 스타디움의 열기와 ‘프레디 머큐리’의 퍼포먼스가 화면 속에서 크게 반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연의 새로운 매력은커녕 라미 말렉의 연기는 그저 따라 하기에 급급할 뿐이다. 더 이상 보여줄 것도 없고 살려낼 것도 없다. 물론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 모습과 무대에서의 열정, 그리고 생생한 표현력 등은 어느 정도 살려낸 듯싶다. 개인적으로 유일하게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나머지 멤버들의 역할은 영화 속에서 전혀 배려 받지 못했다. ‘브라이언 메이’와 ‘존 디콘’, ‘로저 테일러’가 이렇게까지 찬밥 대우를 받을 존재였던가?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이 영화는 ‘프레디 머큐리’의 자서전인지, 락 밴드 ‘퀸’의 자서전인지 정체가 참 모호하다. 정체성과 방향성을 잃으니 영화는 계속해서 산으로 간다. 프레디가 스마일 밴드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그는 스스로 스타가 되어버린다. 관객들이 미처 눈치를 챌 틈도 없이 말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라미 말렉의 연기는 무척이나 뛰어나게 보이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실존 인물인 ‘프레디 머큐리’를 카피하면서도 티가 나지 않도록 배우의 색깔을 입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여기서는 그런 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출처

 수많은 명곡들을 최대한 많이 아우르지 못한 건 또 다른 개인적인 아쉬움이다. 각각의 곡들이 탄생하는 과정 또한 불분명하고 부재한 것 또한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영화의 타이틀이 왜 ‘보헤미안 랩소디’인지도 의문이다. 이 모든 것들이 안타깝게도 ‘퀸’의 음악에 매료되어 있었던 그리고 잔뜩 기대를 하고 상영관을 찾은 관객들의 기대를 충분히 채워주지는 못한다. 그나마 현실적인 만족감은 인터뷰 장면이다. ‘프레디 머큐리’의 심리적 압박감을 제대로 표현했다. 다채로운 그래픽을 적절히 활용해 질문의 답을 찾거나 회피하기 위한 혼란적인 모습을 잘 나타냈다. 거침없는 표현에서 화를 내거나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점차 이어지는 연기가 꽤나 자연스럽다.

 영화 종반까지 제대로 된 공연 장면은 극히 드문데, 미국 투어의 상승 추세를 너무 쉽게 흘려보내는데 급급한 것 또한 아쉽다. 개인적으로 이때부터 이 영화의 콘셉트가 ‘음악’이 아니라 ‘일대기’를 그려나가는 것으로 명확한 타겟을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라이브 에이드’ 장면의 감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자 놓은 감독의 포석이었다고 생각되는데, 나름 괜찮은 방법이고 실제 이로 인해 현재까지 흥행 몰이를 하고 있으니 꽤 적절한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해본다. 다만 이 또한 먹혀들만한 관객에게만 해당될 뿐이겠지만 말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출처

 계속된 아쉬움 속에서 필자는 제작 도중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하차가 가장 아쉽다. 물론 설령 그가 마무리를 했을지라도 방향을 못 잡고 우왕좌왕했을 수도 있겠지만, 필자가 알고 있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적어도 어중간한 스타일은 좋아하지 않는 걸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또한 맥락을 뒤바꾸는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한 인물의 일대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데 분명 답답해 하지 않았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본다. 마무리에 호불호가 있겠으나 필자는 영화가 일대기에 초점을 맞출 거였다면 차라리 사망까지 이야기를 이끌고 가 관객들의 눈물을 있는 힘껏 끄집어내는 것도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영화에 대한 기대로 인해 거듭된 진한 아쉬움이 이 영화의 가치를 필자 스스로 낮춰버린 게 아닐까 솔직히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를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그건 이 영화가 허구를 그린 ‘픽션(fiction)’이 아닌 ‘논픽션(nonfiction)’ 영화이기 때문이다. 약간의 편집과 터치가 있다한들 많은 부분 사실에 기초하려 노력했고, 무엇보다 한 남자의 일대기를 그것도 전설적인 천재 작곡가 겸 싱어로 남아있는 ‘故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이점 하나 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출처

 사실 뭐니 뭐니 해도 영화의 좋고 그름은 관객들의 반응을 그대로 담고 있는 흥행 성적이 좌우한다. 배급사의 배급력, 상영관 개수 등의 간접적 영향력도 분명 부인할 수 없겠지만, 이제 관객들 또한 영화의 수준을 읽고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도달했음 또한 부정할 수는 없다. 올 한 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故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락 밴드 퀸의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한번쯤 접할 필요가 있는 영화이다. 한 해를 보내기 전에 그 해를 돌이켜보고 아쉬움과 새로운 다짐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처럼, 다시 한 번, ‘故 프레디 머큐리’를 떠나보내기 전에 그의 삶을 조명하고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기를 원하는 열정을 간직하신 분들에게, 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와 함께 연말을 잘 마무리하시기를 살며시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