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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42
2020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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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역사를 마무리한다는 건...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영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2019)’의 포스터 – 네이버 출처
글 - 이동기(대외협력실)

 누구에게나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 한 편씩은 꼭 있다. 특정 장면이 기억 속에서 반복된다거나 음악의 한 선율이 귓가에 맴돌 때 추억의 한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면 그 작품은 누군가에게 분명 특별하게 다가갈 것만 같다. 물론 개인을 넘어 다수의 사람들이 이 느낌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그 감동은 더욱 진해진다. 이 작품이 바로 그렇다.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키며 영화음악계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존 윌리엄스의 대표작 중 이 영화는 몇 손가락을 꼽을 필요도 없다. 필자로서는 그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뿐이다. 광활한 우주를 가리키는 캄캄한 화면 저 편에서 반짝거리는 별빛과 함께 이제는 촌스럽게만 여겨지는 노오란 글자가 빛을 내며 등장한다. 익숙한 오케스트라 음악이 내 귓가를 때리고 나면 멀고 먼 은하계 저편의 대서사시가 드디어 시작되는 순간이다. 40여 년간의 그 역사를 마무리할 작품이 시작될 때 내 손에는 절로 땀이 쥐어진다. 영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2019)이다.

영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2019)’의 한 장면 – 네이버 출처

 영화는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 분)이 다스 시디어스인 팰퍼틴(이언 맥디어미드 분)의 위치를 알려주는 웨이 파인더를 찾아 전투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주인공 레이(데이지 리들리 분)는 전편의 훈련을 넘어 여전히 저항군의 틈에 숨어 훈련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서로가 안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장면에서 갑작스레 다시금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건 급격한 화면의 전환이다. 관객들에게는 다소 아쉽지만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전개 속도가 아니었나 싶다. 카일로 렌이 어렵게 만나게 된 팰퍼틴을 살해하는 걸 너무 쉽게 포기하고 훗날을 기약하는 것도, 레이와의 포스 연결을 통해 그녀가 갑작스레 밀레니엄 팰콘 호에 합류하게 만드는 것 또한 그렇다. SF장르에 지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은하계 먼 우주의 일임을 감안하더라도 뭔가 행동과 이유의 개연성이 따라가야 하는데 초반부터 그러한 설명이 부족함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죽은 줄 알았던 다스 시디어스의 등장이 신선하게 다가옴은 이야기의 재미를 증폭시켜 줬다. 에피소드6에서 그가 죽고 난 후 이야기를 더 이상 끌어내기가 힘들었던 건 자명하다. 차라리 에피소드6에서 마무리를 지었더라면 좀 더 깔끔했겠지만 어쨌건 현재는 에피소드7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다시금 확장시켜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다스 시디어스인 팰퍼틴을 다시 부활시킨 점은 나름 괜찮았다고 본다. 억지로 질질 끈다는 비판도 따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제대로 된 역할만 부여할 수 있다면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그를 너무 늦게 등장시켰다는 점과 그의 역할이 여전히 너무 적었다는 게 다소 아쉽다. 이처럼 시리즈의 마지막 에피소드9의 아쉬운 점은 그 동안 이끌고 왔던 캐릭터의 역할을 한정시켜 그 개성을 한 단계 낮춰버린 점이다. 한 솔로, 레아, 루크를 비롯해 츄바카, R2D2, C3PO 등 수많은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색깔을 충분히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 마무리를 위한 작품으로서 제 색깔을 낼 수 있는 역할과 위치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이다.

영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2019)’의 한 장면 – 네이버 출처

 이 시리즈는 수많은 평들을 통해 종교적 관점과 신화적 측면에서의 표현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는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편에서는 필자의 개인적인 시각으로 그러한 서사적 메시지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전편의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하는 내용 측면에서의 노력과 영웅주의식 표현이 많이 곁들여져 있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 이게 처음 에피소드4~6편과 1~3편까지만 해도 특정 인물에 치우진 이야기들을 그나마 분산시키려는 시도가 돋보였는데, 에피소드7~9로 넘어오면서부터는 그런 경향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되어서인지 더욱 그러한 점이 부각된 것 같다.

 영화는 작품적인 측면에서는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자 많은 이야기들을 아우르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오랜 기간 동안 끄집어낸 이야기인 만큼 할 말도 많았으리라. 스카이워커 가문의 이야기도, 한 솔로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다스 베이더 자체의 심적 갈등에 대한 이야기도, 스톰 트루퍼를 비롯한 조연 역할에 대한 배경과 제다이의 역사까지도 말이다. 아무래도 ‘마무리’라는 측면을 늘 고려한 채 대부분 조금씩 건드리고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러닝 타임도 길어졌고 이야기가 온전히 자연스럽게 흘러간다고 보기에는 다소 어렵다. 조리(케리 러셀 분)와 잔나(나오미 아키 분)처럼 갑자기 툭 튀어나온 캐릭터들은 조연급 이상의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한계를 보일 뿐 어떠한 의미도 주어지지는 못한다.

영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2019)’의 한 장면 – 네이버 출처

 앞에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팰퍼틴이 다시 등장하면서 에피소드1~6편의 향수를 끄집어내려했던 시도는 좋았다. 다만 특별한 역할을 채 하지 못한 채 언제나 조연 역할에 그쳤다는 게 아쉽다. 거기에 스토리가 너무나 상반된 방향으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게 어쩌면 개인의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카일로 렌이 강한 야욕을 불태우다가 레아(캐리 피셔 분)의 한 마디 외침과 그녀의 죽음에 각성하게 되는 것도 무언가가 빠진 채 편집된 것 마냥 뜬금없다. 물론 여기에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키스신은 더욱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진다. 포(오스카 아이삭 분)와 핀(존 보예가 분)에게도 짝을 지어 이야기의 균형을 만들어내려 했던 건 어색함만 가득했다. 이 영화가 애초부터 그런 게 필요한 영화였는지 의문이 생기고 말이다. 멀고 먼 은하계 저편의 옛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굳이 그러한 캐릭터를 갑자기 집어넣을 필요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앞의 전작들을 통해 무수히 벌려놓은 대서사시를 적절하게 마무리 시키는데도 벅찬 시간이다. 새로운 인물 구도를 형성시킬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슈프림 리더로서의 카일로 렌의 역할도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를 가지지만 이번 편에서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에피소드7에서부터 나타난 그의 역할은 마스크에서부터 드러나는 대로 다스 베이더의 부재를 메워줄 훌륭한 인물로 각인됐다. 거기에 아버지인 한 솔로(해리슨 포드 분)를 살해한 점과 어머니인 레아 스카이워커로 이어지는 애너킨 스카이워커와의 연결성, 즉 다스 베이더의 외손자라는 점에서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결국 그의 역할이 그 명성에 미치지 못했음은 안타까운 점으로 남았다. 영화는 이처럼 지금까지 끌고 왔던 캐릭터 자체의 장점들을 두루 살리지 못하고 이야기의 마무리만 허겁지겁 짓는 채로 그 아쉬움을 달랬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은하계 저편에서 벌어진 대서사시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캐릭터 각각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화면 속에 충분히 녹여내고 발산시킬 수 있음이 장점이었는데 마지막까지 그 장점을 가져오지 못한 채 스토리에만 충실한 채 마무리를 지은 점이 그 매력을 축소시킨 게 아닌 가하는 생각이다.

영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2019)’의 한 장면 – 네이버 출처

 하지만 이러한 점이 이 영화가 지난 40여 년간 가지고 왔던 명성에 스크래치를 내는 건 결코 아닌 것 같다. 오랜 기간 동안 관객들 사이에서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왔다는 측면에서 이야기의 마무리를 짓는다는 그 이벤트 하나 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특수효과의 역사를 만들어냈다는 점과 영화라는 측면에서의 스펙터클한 액션, 그리고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개성을 두루 창조해낸 점 등은 가히 따라올 만한 경쟁 작이 없을 정도로 경이롭기만 하다. 조지 루카스 감독이 깔끔한 마무리를 했다면 더욱 아쉬울 게 없겠지만 떠오르는 감독으로서의 충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J.J.에이브람스 감독이 연출했다는 것만으로도 관객의 입장에서 위안을 삼을만한 부분이다. 스토리와 개성이 전작에 비해 다소 부족했다는 개인적인 아쉬움은 분명 존재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의 역작으로서의 의미가 충분히 묻어났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던 작품, 영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