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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53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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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과학 이야기

훈훈하고 따뜻하게 겨울을 보내는 방법

훈훈하고 따뜻하게 겨울을 보내는 방법

훈훈하고 따뜻하게 겨울을 보내는 방법

 돌아다니다 보면 세상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같은 거창한 혁신이 아니라 생활 속의 소소한 변화를 볼 때 드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공중화장실에 휴지가 제대로 있는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공중화장실이 잘 되어 있는 나라다. 언젠가부터는 횡단보도 옆에 커다란 파라솔도 생겨서 한여름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뙤약볕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또, 겨울에는 버스를 기다릴 때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정류장에 비닐 칸막이를 설치한 곳도 생겼다. 어떤 곳에는 발열 의자도 있다. 엉덩이가 따뜻해져 추위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

배터리를 이용하는 충전식 손난로

충전식 손난로(텐바이텐 홈페이지)

 겨울이 되면 날이 추워지니 이렇게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물건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이 각자 다양한 발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언 손을 녹여주는 핫팩은 철 가루와 활성탄 같은 재료로 만든다. 철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해 산화철이 되면서 열이 나오는 현상을 이용한다. 쉽게 말해서 철이 녹슬 때 나오는 열로 몸을 녹이는 것이다. 녹은 천천히 슬지만, 핫팩에 들어있는 미세한 철 가루는 산소와 접촉할 수 있는 면적이 넓어서 이 반응이 빨리 일어난다. 그래서 핫팩을 비닐봉지 같은 곳에 넣어서 공기가 통하지 않게 하면 열이 나오지 않는다.

 배터리를 이용하는 충전식 손난로도 있다. 초전도체가 아닌 이상 어떤 물질이든 전기 저항을 갖는다. 따라서 전기를 흘려 주면 그에 따라 열이 나게 되어 있다. 스마트폰을 오래 쓰면 뜨뜻해지는 게 그런 이유에서다. 충전식 손난로의 원리도 마찬가지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열을 내는 제품은 많다. 자동차 열선 시트, 전기난로, 전기장판 등 전기로 열을 내는 여러 제품이 대개 이런 원리를 이용한다. 열을 내는 부위인 전열선은 흔히 구리나 니켈-크롬, 텅스텐 같은 금속으로 만든다.

[출처] http://www.10x10.co.kr/shopping/category_prd.asp?itemid=397738

탄소섬유로 만든 버스정류장 발열의자

버스정류장 발열의자(창원시공식블로그)

 앞서 이야기한 버스 정류장의 발열 의자를 살펴보면 탄소섬유로 만들었다는 문구를 찾아볼 수 있다. 탄소 소재의 열선을 넣었다는 뜻이다. 전기 저항을 이용해 열을 내는 원리는 같지만, 발열체를 만든 소재가 탄소다. 탄소로 만들 경우 금속으로 만들었을 때보다 효율과 성능이 더 높고, 내구성과 화재 안정성도 좋다는 장점이 있다. 요즘에는 탄소섬유로 만든 면 형태의 발열체를 이용한 제품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추워지는 날씨에 전기장판을 구입하려고 알아보다 보면 탄소 발열체를 사용해 전자파가 적고 원적외선이 나와 건강에 좋다는 점을 내세우는 제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탄소 발열체를 아예 건축물 바닥에 깔거나 온실이나 비닐하우스에 설치해 난방용으로 쓰기도 한다. 또, 탄소 발열체는 금속보다 가볍고 유연해서 방한 의류에도 많이 이용한다. 발열 조끼, 발열 장갑, 발열 신발처럼 겨울철에 외부 활동이 많은 사람을 위해 여러 가지로 활용이 가능하다. 필자가 눈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 가끔 사용하는 온열 안대에도 탄소 발열체가 들어있다.

[출처] https://blog.naver.com/cwopenspace/221200815552

흡습 발열을 이용한 발열 내복

몸에서 나는 수증기를 흡수해 열로 보관하는 흡습발열섬유 이미지(유니클로 재팬)

 그러면 전기를 쓰지 않고 따뜻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예전에 발열 내복이라는 제품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내복을 입고 있으면 저절로 열이 나서 따뜻해진다고 광고해서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광고했던 발열 내복의 원리는 흡습 발열이다. 몸에서 땀이나 수증기가 나오면 섬유에 흡수된다. 이때 수분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바뀌면서 지니고 있던 운동에너지가 열로 바뀌어 나온다. 사실 이건 특수한 소재에서만 가능한 현상이 아니다. 면이나 폴리에스터, 레이온 등 웬만한 섬유는 수분을 흡수하며 열을 낸다. 그리고 몸에서 땀이 거의 나지 않으면 이 현상을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발열 내복이라는 게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니었음에도 마케팅으로 성공한 셈이다. 그래도 아무 옷이나 입는 것보다는 보온에 신경을 쓴 옷을 입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은이나 알루미늄 같은 금속을 코팅한 섬유로 만든 옷을 입으면 몸에서 나오는 복사열을 반사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 몸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다. 또, 태양 빛을 잘 흡수하는 금속화합물인 탄화지르코늄이나 산화지르코늄을 넣어 섬유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 옷이 태양 빛을 흡수한 뒤 열에너지로 바꾸어 따뜻하게 해준다. 우리는 예로부터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온돌 같은 방법을 궁리해 왔지만, 추위를 피하는 게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집안과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있으니 이런 시대에 태어난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것 같다.

[출처]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5690979&memberNo=5673438&vType=VERTICAL)

글. 고호관 과학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