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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54
2021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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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과학 이야기

붙어라 만능 접착제!

붙어라 만능 접착제!

붙어라 만능 접착제!

 아이를 기르면서 전보다 많이 쓰게 된 물건이 몇 개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접착제, 흔히 본드라고 부르는 것이다. 아이가 갖고 노는 장난감이 많아질수록 망가졌다고 울면서 들고 오는 장난감도 늘어났다. 기대에 찬 아이의 눈빛을 배신할 수 없으니 이렇게 저렇게 고쳐보려고 시도하다 보면 자연히 접착제에 의존하게 된다. 꼭 부서진 장난감을 고칠 때만이 아니다.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파는 곳이 없어서 나름대로 재료를 사다가 만들어 주거나 공작 놀이를 함께 할 때도 접착제로 뭔가를 붙여야 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우리 집에는 접착제가 여러 종류가 생겼다. 여러 종류가 생긴 건 다름 아니라 종류에 따라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물질을 붙이냐에 따라 접착제를 구분해서 써야 한다.

집에서도 만들던 밀가루 풀

창호지 붙이는 모습

 예전에는 접착제를 집에서 만들어 쓰기도 했다.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이라면 어린 시절에 쌀이나 밀가루로 풀을 쑤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당장 밥풀은 그 자체로도 끈적해서 종이 정도는 쉽게 붙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렇게 만든 풀로 창호지를 붙이거나 벽지를 붙이고 했다. 혹은 동물에서 젤라틴 성분을 추출해 만든 아교도 강력한 접착제로 널리 쓰였다. 오늘날에는 보통 시중에서 판매하는 접착제를 용도에 맞게 구입해 사용한다. 어린 시절에 가장 처음 절할 접착제는 아마 풀일 것이다. 대개 종이를 잘라 붙이며 놀거나 뭔가 만드는 용도로 풀을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집에서도 풀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건 예삿일이 됐다.

방바닥이나 벽지에 풀이 묻어서 더러워진 걸 보면 성질이 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물풀의 경우는 흔히 폴리비닐알코올이라는 합성고분자로 만든다. 폴리비닐알코올은 접착 성질이 있고 물에 녹는다. 다들 알다시피 물풀로 종이를 붙이면 물이 마르면서 접착 성분만 남아 단단히 붙게 된다. 물론 물 때문에 종이가 불어서 울퉁불퉁해지는 단점이 있는데, 그래서 요즘에는 흔히 고체 형태의 풀이 많이 쓰인다.

접착제 잘못 쓰면 낭패

접착제

 그러면 아이가 부러뜨린 플라스틱 장난감은 무엇으로 붙여야 할까? 접착제의 종류에 관해 잘 모를 때는 으레 흔히 본드라고 부르는 것을 썼다. 꿈에 나오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하는 동물을 상표로 사용하는 제품이라고 하면 아마 무엇을 말하는지 눈치챌 분이 많을 것이다. 이런 끈적이는 노란색 액체 형태의 접착제는 합성고무를 주성분으로 만든다. 용도를 보면, 플라스틱이나 나무, 종이, 가죽, 고무, 금속 등 다양한 물질을 붙일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접착제는 스티로폼을 녹이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합성고무 접착제를 스티로폼에 발랐다가는 낭패를 겪는 수가 있다. 만약 스티로폼을 붙이려면 초산비닐수지로 만든 접착제를 써야 한다. 문구점에서는 흔히 우드락 본드라고 부른다.

그리고 부서진 장난감 부품처럼 작은 플라스틱을 붙이고 싶다면, 프라모델 접착제나 순간접착제를 쓰는 게 낫다. 프라모델 접착제는 합성수지가 들어간 수지 접착제와 들어있지 않은 무수지 접착제로 나뉜다. 둘 다 플라스틱을 녹였다가 다시 굳히는 방식으로 붙인다. 그래서 잘못 고정된 상태로 붙어버리면 떼어내기 어려워 조심해야 한다.

얼마나 강력해질까?

 다양한 물건을 더욱 강하게 붙이고 싶을 때는 흔히 순간접착제라고 하는 제품을 많이 용한다. 순간접착제의 주성분인 시아노아크릴레이트는 공기 중의 수분과 반응해 고분자 화합물로 변하면서 두 물체를 서로 붙인다. 이름대로 빨리 굳기 때문에 까닥하다가는 두 손가락이 붙어버리는 일도 흔히 생긴다. 에폭시 수지로 만든 접착제도 접착력이 뛰어나고 플라스틱이나 금속 등 다양한 재질에 쓸 수 있어 이미 일상생활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산업계에서도 용접 같은 방법을 대신할 정도로 강력한 접착제가 쓰이고 있다. 접착제는 용접과 달리 서로 다른 금속끼리도 붙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산대 화공생명공학부 연구팀은 에폭시 수지에 다른 물질을 첨가해 자동차를 만드는 철판까지 붙일 수 있는 초강력 접착제를 개발하기도 했다. 과연 부서지면 부서졌지 절대 떨어지지 않는 접착제도 나올 수 있을까? 2019년 캐나다 빅토리아대와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카벤이라는 분자를 이용해 굉장히 튼튼한 접착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접착제로 플라스틱 두 개를 붙였는데,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모든 물질에 대해 이 정도 접착 성능을 보여주는 접착제가 있다면, 그야말로 궁극의 접착제라고 할 수 있다. 정말 그런 게 나온다면, 용접이나 볼트와 너트 같은 것도 사라질 수 있을까? 물론 한 번 붙이면 떨어지지 않으니 사용에 굉장히 주의해야겠지만.

글. 고호관 과학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