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65 WEBZINE 2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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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과학 이야기

[노벨상으로 보는 재료과학] 조명의 혁명을 가져온 파란색 LED

조명의 혁명을 가져온 파란색 LED

조명의 혁명을 가져온 파란색 LED

 요즘에는 많은 가정에서 LED 조명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조명을 교체할 경우 이제는 형광등 대신 LED를 선택하지요. LED는 발광 다이오드(Light Emitting Diode)로, 일정 방향으로 전기가 흐르면 빛이 나는 소재입니다. LED 조명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작고 네모난 LED 소자가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LED는 형광등과 비교해 전력 소모도 적고 크기가 작으면서도 더 밝아 훨씬 효율적입니다. 작아도 밝은 빛은 내는 손전등이나 스마트폰의 촬영용 플래시도 LED 덕분에 만들 수 있습니다. 기존 조명과 달리 여러 가지 색을 낼 수 있어 장식용으로도 널리 쓰이고 있지요.

파란색이 어렵다

출처: 픽사베이

 가시광선을 내는 LED는 1960년대에 등장했습니다. 색은 빨간색이었습니다. 이어서 노란색, 주황색, 녹색 LED가 개발되었습니다. 예전 전자기기에 달린 LED에 불빛을 떠올려 보면 거의 다 이런 색이었지요. LED를 이용한 조명이 최근에야 널리 쓰이기 시작한 이유는 한 가지 색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파란색입니다. 빛의 삼원색은 빨간색과 녹색, 그리고 파란색입니다. 이 세 가지 색을 조합하면 다양한 색을 만들 수 있고, 모두 합하면 백색광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파장이 짧은 파란색빛을 내는 LED는 만들기 어려웠습니다. 최초의 파란색 LED는 1970년대 초에 등장했습니다.

 질화갈륨과 마그네슘을 이용한 것인데, 당시에는 너무 어두워서 실용적으로 쓰기는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질화갈륨을 이용한 연구는 지지부진했습니다.1980년대 후반에는 다른 방식으로 파란색을 만드는 LED가 나왔지만, 효율이 너무 낮았습니다.

파란색 LED를 개발한 일본인 과학자 3인방

왼쪽부터 아카사키 이사무 , 아마노 히로시, 나카무라 슈지 / 출처: 위키백과

 20세기 안에 개발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1990년대 초반에 기술적인 혁신이 일어났습니다. 그 주인공은 일본인 과학자들이었습니다. 사제지간인 나고야대학교의 아카사키 이사무와 아마노 히로시는 1980년대 후반에 마그네슘을 입힌 질화갈륨으로 좋은 품질의 소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1992년에는 파란색 LED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산업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소자를 제작하는 데 사용하는 마그네슘의 효율이 낮았고, 불순물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건 니치아화학공업의 나카무라 슈지였습니다. 나카무라는 고온으로 열처리를 하면 마그네슘 불순물도 소자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 세 사람의 연구 덕분에 마침내 밝은 파란색이 나오는 LED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조명의 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세 사람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노벨상 수상이 발표된 이후 나카무라 슈지는 특이한 이력으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회사에서 돈이 되지 않는 연구를 한다고 무시받던 나카무라가 파란색 LED를 개발한 이후 회사는 큰 수익을 올렸지만, 정작 개발자인 나카무라는 고작 성과금으로 2만 엔(약 20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나카무라는 니치아화학공업을 퇴사하고 미국 대학교의 교수로 자리를 옮겼고, 회사와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세상 구석구석을 밝힌다

프로토타입 OLED 발광 패널 / 출처 :  위키백과

 LED는 기존의 백열전등이나 형광등과 비교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일단 앞서 이야기했던 높은 효율과 작은 크기가 훌륭한 장점입니다. 노벨상 위원회가 밝힌 선정 이유가 바로 “효율적으로 파란빛을 내는 다이오드를 개발해 에너지 효율적인 백색광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었지요. 수명이 길고, 색깔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밝기 조절이 자유로우며, 충격에 강하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또, 불이 켜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습니다. 자동차 미등에 LED를 사용하면 브레이크를 밟은 이후 불이 들어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 안전에 도움이 됩니다. LED는 빛을 내는 수많은 제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TV와 모니터, 조명, 광고판, 하다못해 반짝이는 아이들 장난감에도 LED가 들어있습니다. 게이밍PC 본체도 오색찬란한 LED조명으로 화려하게 꾸미곤 하지요. OLED나 AMOLED라는 용어도 많이 들어볼 수 있습니다. 각각 유기발광다이오드와 능동행렬유기발광다이오드라는 뜻으로, 유기물로 만든 LED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화려한 색과 대형 디스플레이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모두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파란색 LED 개발이라는 중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글. 고호관 과학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