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80 WEBZINE 2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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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과학 이야기

[역사를 바꾼 재료 이야기] 문명의 진보와 철강 재료의 발전

[역사를 바꾼 재료 이야기] 문명의 진보와 철강 재료의 발전

문명의 진보와 철강 재료의 발전

 철은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는 재료입니다. 철이 발견되기 이전에 인류는 돌, 청동 및 기타 재료로 도구와 무기를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철을 발견하자 철기의 혜택을 받은 문명은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강한 문명을 만든 철

와트의 증기기관 / ⓒNicolás Pérez via Wikipedia

 철기의 혜택을 받은 최초의 문명 중 하나는 터키 지역에 존재했던 히타이트 문명입니다. 기원전 1200년 경, 히타이트인들은 철을 사용하여 무기와 갑옷을 만들었습니다. 청동보다 강도가 높은 철은 히타이트 사람들은 주변의 청동 문명들을 압도했고, 철기 시대를 열었습니다. 모두가 철로 물건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사람들은 철의 힘을 깨닫고 세상을 바꿉니다. 철강 재료를 이용해 18세기 산업 혁명을 이룬 것이죠. 영국 사람들은 강철로 기계, 증기열차, 증기선을 만들어 전세계 경제에 영향력을 미치는 패권국이 되었습니다. 영국의 성공을 본 세계인들은 강철로 기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인류에게 엄청난 힘을 주는 철에도 약점은 있었습니다. 녹이 생기면 약해진다는 겁니다.

인류를 위협하는 녹슨 철

녹슨 철(Fe₂O₃) / 1879년 테이 다리 참사

 녹은 철의 부식으로 발생합니다. 물과 산소는 철(Fe)을 부식시켜 녹슨 철(Fe2O3)을 만듭니다. 녹슨 철은 강도가 약해 쉽게 부서집니다. 그러다보니 강력한 철제 무기와 건물을 만들어도 결국 녹슬어 파괴되곤 했죠. 녹은 인류의 삶을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영국에서 큰 재난이 발생합니다. 1879년 영국의 테이 다리(Tay Bridge)가 무너지며 열차가 바다에 빠진 겁니다. 바다에 빠진 승객들은 결국 75명이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끔찍한 사고는 왜 일어났을까요? 여러 원인이 있었지만, 큰 원인은 철의 부식이었습니다. 바다의 습기가 교량의 철을 부식시켰고, 약해진 철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자 다리가 무너진 겁니다. 인류는 녹이 거대한 교량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미래에 유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녹슬지 않는 철강 재료를 찾기 시작합니다.

녹이 없는 세상 : 스테인리스의 탄생

해리 브럴리(Harry Brearley, 1871-1948) / 스테인리스

 1900년대가 되자, 인류는 녹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납니다. 1912년 영국의 과학자 브럴리(Brearley)가 녹슬지 않는 철을 발견한 덕분이죠. 그는 철에 크롬을 첨가하면 부식에 대한 내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재료에 “녹이(Stain) 없는(less)” 철강이라 이름을 붙였습니다. 스테인리스는 인류의 삶을 바꾸었습니다.

스테인리스의 한계 : 무게

알루미늄합금으로 날개를 만든 콩코드 여객기 / ⓒEduard Marmet via Wikipedia

 인류는 녹 때문에 철제 도구를 만들수 없었던 분야로 진출해 다양한 물건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스테인리스로 주방용품과 의료용품을 만들자 편리하게 요리하고 수술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러나 스테인리스에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금속 재료에 비해 무겁기 때문에, 항공우주분야에는 쓸 수 없었습니다.

 항공우주 분야에는 부식에 강하면서 가벼운 소재가 필요하다보니, 사람들은 무거운 스테인리스 보다는 가벼운 알루미늄을 선호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알루미늄을 첨가한 경량 철강을 만들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철강에 가벼운 알루미늄을 섞자, 쉽게 깨졌기 때문에 항공우주분야에는 쓸 수 없었습니다.

한국재료연구원, 미세구조와 무게의 한계를 극복하다!

스테인리스를 더 많은 분야에 사용할 수는 없을까?
2020년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답을 찾습니다.
한국재료연구원이 가벼운 스테인리스 소재를 발견한 겁니다.
가벼운 원소인 알루미늄(Al)을 첨가한 철강에 탄소(C), 망간(Mn), 크롬(Cr) 등의 합금원소 첨가 비율을 최적화하자, 쉽게 깨지지 않는 경량 스테인리스 강이 탄생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미세 현미경 비교 : 기존 경량 철강 vs 한국재료연구원 철강연구실이 개발한 경량 스테인리스 철강

 철강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알루미늄을 첨가하면 복잡한 미세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마치 금이 간 것처럼 복잡한 미세구조는 기존 경량 철강을 약하게 만들었습니다. 기존의 경량 철강은 미세구조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철강재료를 사용할 때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무게를 위해 강도를 희생할 것이냐? 강도를 위해 무게를 희생할 것이냐?” 라는 선택을 말이죠.

 반면, 한국재료연구원 철강연구실의 과학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피하던 미세구조에 주목했습니다. 미세구조를 없애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했고, 결국 답을 찾았습니다! “합금에 추가되는 원소량을 최적화하면 복잡한 미세구조를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을 찾은겁니다.

무게 비교 : 기존 철강 vs 한국재료연구원 철강연구실이 개발한 경량 스테인리스 철강

 탄소, 망간, 크롬의 최적량을 철강에 첨가하자 무게가 가벼워졌습니다. 기존의 철강에 비해 20% 가벼운 경량 스테인레스 강이 탄생한 것이죠. 언뜻보면, 우리의 삶과는 상관없는 결과인 것 같지만,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일입니다. 경량 금속 재료의 발견은 미래에 우리에게 다가올 위협을 막아줄 것이기 때문이죠.

온실기체를 방출하는 공장 / ⓒ Janak Bhatta via Wikipedia

 온실기체는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식량이 부족해지고,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 경고합니다. 대부분의 온실기체는 물체를 움직일 때 발생합니다. 공장의 기계를 돌리고, 자동차를 움직일 때 온실기체가 방출되는 것이죠. 무거운 물체를 움직이면, 더 많은 온실기체가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자동차를 조금 이용하고, 물건을 조금 사용해야 할까요?

 다행히 한국재료연구원이 개발한 신소재 덕분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경량 스테인리스 철강이 자동차, 건축, 조선, 의료분야에 사용되어, 수많은 물건들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가벼워진 기계와 자동차는 온실기체를 적게 방출하겠죠. 불편한 삶을 살 필요 없이, 우리는 새로운 재료를 연구해 지구온난화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번엔 우리가 문명을 진보시킬 차례입니다.

글. 카르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