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82 WEBZINE 2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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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과학 이야기

[역사를 바꾼 재료 이야기] 돌에서 반도체까지, 지혜를 얻기 위한 인류의 여정 - 2편

[역사를 바꾼 재료 이야기] 돌에서 반도체까지, 지혜를 얻기 위한 인류의 여정 - 2편

인공지능의 탄생

인간의 뇌 신경망을 모방한 인공신경망 알고리즘

 우리는 개와 고양이 사진을 본능적으로 쉽게 구분하지만, 컴퓨터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컴퓨터가 보기에 개와 고양이 사진에 너무나 복잡한 패턴이 있어, 둘의 차이점을 알 수 없었거든요.

 과학자들은 사람의 뇌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뇌가 신경망(Neural Network)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신경망은 신경세포인 뉴런(Neuron)과 다른 뉴런과의 신호를 전달하는 시냅스(Synapse)가 그물처럼 얽히면 나타나는 구조였습니다. 여기에 비밀이 있다 생각한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 신경망 구조를 모방한 인공신경망(ANN) 구조를 가진 인공지능을 창조합니다.

 인공지능은 인공신경망 구조를 통해 세상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개와 고양이 사진을 구분하기 시작했고, 바둑을 두기도 했습니다. 점차 똑똑해지는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미래를 보고 인공지능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러던 중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재앙이 발생합니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친것이죠.

코로나의 공격을 극복하게 도와준 인공지능

코로나 백신 개발 기간을 단축시킨 인공지능

 코로나 팬데믹은 전 세계에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사람들은 코로나의 전파를 막기 위해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실시했지만 급격히 퍼지는 속도를 늦출 뿐이었습니다. 바이러스를 근본적으로 약하게 만들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백신이라는 답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속도였습니다. 안전한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평균 10년 동안의 연구가 필요했습니다. 안전한 물질을 찾고, 인체에 안전한지 아닌지를 연구하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코로나 방역으로 세계 경제는 점차 망가지고 있어, 10년 동안 기다릴 순 없었습니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백신 개발에 인공지능을 적용했습니다. 그러자 인공지능은 백신의 안전성을 초고속으로 판단하고, 백신을 진료소에 배송하는 최적의 시스템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10년이 걸릴 코로나 백신 개발기간은 1년으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코로나에 대한 면역력을 얻게 되었고, 코로나 사망률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인류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코로나를 이길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재앙을 막아준 인공지능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점입니다.

인공지능의 한계를 뛰어넘는 뉴로모픽 반도체

스파이크 신호에 따라 정보를 전달하는 시냅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인공지능은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2019년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소 딥마인드는 성인 16명이 하루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와 인공지능이 1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양이 같다고 발표했습니다. 인공지능이 더 많이 퍼질수록 어마어마한 전기 에너지가 필요한 것입니다. 막대한 전기 에너지를 만들면, 온실기체의 양이 늘어나 기후변화는 우리의 삶을 더 위협할 겁니다. 이를 막기 위해 과학자들은 또 다시 인간의 신경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인간의 신경을 더 자세히 살펴보니, 과학자들은 스파이크 신호 패턴에 따라 신경망이 더 효율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인간의 뉴런은 시냅스를 통해 연결되어 스파이크 신호를 전달합니다. 시냅스가 서로 잘 연결되어 있다면, 기억이 강화되고, 시냅스가 서로 잘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기억이 억제됩니다. 시냅스로 연결된 두 뉴런의 스파이크 신호 패턴에 따라 시냅스는 강화되기도 하고, 약화되기도 합니다. 시냅스라는 매우 작은 부분에서부터 학습과 망각이 시작되는 것이었죠. 스파이크에 따라 신경이 연결되는 것을 과학자들은 스파이킹 신경망(SNN)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의 뇌 신경망을 모방한 뉴로모픽 반도체

 스파이킹 신경망 구조로 인공지능을 만든다면 매우 빠르고, 효율좋은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기존의 반도체로는 이러한 구조를 따라할 수 없었기에 과학자들은 뉴로모픽 반도체(Neuromorphic Semiconductor)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만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스파이크 신호를 어떻게 만들어야 성공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어쩌면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할 먼 미래의 일인 것이죠. 대체 어떻게 뉴로모픽 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까요?

한국재료연구원, 차세대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다!

배터리소재를 접목한 고집적, 고신뢰성의 차세대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 모식도

 대한민국의 과학자들이 답을 찾았습니다. 한국 재료연구원에서 차세대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를 세계 최초로 구현하는데 성공한 겁니다. 시냅스에서부터 기억과 망각이 시작되기 때문에, 뉴로모픽 반도체에는 좋은 시냅스 소자가 필수적입니다. 시냅스에서 스파이킹 신호를 강화하고, 억제하기 위해서는 전기적 신호를 생성하는 물질이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산소 이온을 사용하거나, 전하 트랩을 이용해 전기적 신호를 조절하려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외부 전기에 영향을 받을 경우 우리가 원하는 대로 전기 신호를 조절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리튬이온 소재를 박막화하여 만든 고집적의 3단자 기반 소자 사진 / 시냅스 소자의 손글씨 패턴 인식 정확도

 반면, 재료연구원 나노표면재료연구본부의 연구원들은 새로운 재료를 매우 얇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을 100 나노미터 이하의 두께로 박막화하니, 그 속의 리튬이온을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개발된 시냅스 소자로 인공지능에게 손글씨 이미지를 학습시키자 약 97%에 달하는 높은 패턴인식률을 보였습니다. 차세대 뉴로모픽 반도체가 가능하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뉴로모픽 반도체로 열릴 새로운 세상

뉴로모픽 반도체로 인공지능은 어떻게 업그레이드 될까?

 여러분은 아이언맨의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를 아시나요? 자비스는 아이언맨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고, 여러 일들을 처리하는데요. 아이언맨이 굳이 지시하지 않아도 필요한 일을 척척 맞춰서 해줍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아이언맨이 보고 듣는 것을 자비스도 함께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인류는 자비스같은 인공지능 비서를 만들 수 없습니다. 기존의 반도체로는 텍스트만 학습한 인공지능, 사진만 학습한 인공지능을 따로따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chatGPT의 엄청난 능력을 보면 이런 문제도 금방 해결할 것 같지만, 그러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텍스트 데이터만 학습한 chatGPT의 하루 운영비용이 약 1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면, 텍스트와 사진을 동시에 학습한 인공지능 비서가 나오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반면, 뉴로모픽 반도체로 만든 인공지능은 음성 정보, 시각 정보, 동영상 패턴 인식을 기존의 인공지능보다 훨씬 잘하기 때문에 인공지능 비서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음성정보, 시각 정보, 동영상 패턴 등이 뉴로모픽 반도체의 특정 시냅스 연결망을 형성하기 때문에, 하나의 인공지능에 여러 데이터를 한 번에 학습시킬 수 있습니다. 즉, 뉴로모픽 반도체가 상용화 된다면 우리곁에는 자비스와 같은 인공지능 비서가 함께하게 되는 것이죠.

글. 카르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