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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 [언론보도][경제인 칼럼] 소재가 산업을 리드한다 - 조경목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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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09-01-13 11:23 조회6,48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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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 칼럼] 소재가 산업을 리드한다 - 조경목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 소장)

최근 정부에서는 7개 광역경제권 발전을 위한 선도산업을 확정 발표했는데, 동남권 지역에서는 융합부품·소재와 수송기계산업이 확정됐다. 이러한 정부 정책에 힘입어 불황에 빠진 한국경제와 동남권 지역의 부품·소재 산업이 한층 활기를 띠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회임기간이 짧고 단시간에 투자에 대한 회수가 가능한 제조업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고, 그 결과 세계가 놀랄 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추격해 오는 후진국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핵심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데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의 부품·소재산업이 달라지고 있다. 부품·소재 분야의 전체 고용 인구가 증가하고,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가 대폭 증가하고 있는 등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은 2001년 이후 상당 수준 개선됐다.

그러나 부품에 비해 소재 분야는 개선 속도가 아주 완만하거나 더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그간의 부품·소재 정책이 ‘완제품-부품-소재’에 이르는 가치 사슬상, 단기간에 선진국을 추격하기 용이한 ‘부품’의 경쟁력 확보에 보다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부터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민간이 담당하기에는 리스크가 높은 신소재 분야의 연구 개발을 중점적으로 지원해 왔다. 일본의 제조업이 고부가가치를 가지는 원천은 소재산업의 경쟁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즉, 일본 소재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여타 부문의 점유율을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소재업체인 닛폰제온의 경우, 합성고무 신소재 개발을 시작하여 흑자를 이루기까지 12년이 소요됐다. 이처럼 무모해 보이는 결정을 한 것은 당장의 손해에도 불구하고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과감히 신소재 개발에 투자한 것이다.

독일은 1985년부터 신소재에 대해 기초연구부터 상품화에 이르는 전 주기적 기술 개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21년간 11조원을 투입해 ①나노기술, ②IT 재료기술, ③에너지효율화 소재기술, ④생체재료기술, ⑤소재경량화기술 등을 집중 개발하고 있다.

이렇듯 선진국의 발빠른 행보에 우리나라는 뒤늦게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망이 밝다고 할 수는 없다. 국내 소재의 수출입 현황을 보면, 폴리에틸렌 등 범용 석유화학 소재는 수출비중이 높은 반면, 액정 등 첨단소재 분야는 선진국으로부터 수입하거나 선진국의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고강도 구리압연박판, LCD용 액정 또는 PDP용 유리기판 등은 100%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첨단소재의 국내 기술경쟁력은 선진국과 비교하여 60% 수준으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강점 수요산업을 기반으로 일부는 개발에 성공하고 있다. 또한 관련 대기업과 일부 중견기업들은 초경량 고강도, 고기능성 소재 개발을 확대하는 등 첨단 소재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기업은 첨단소재 개발에 대한 장기 투자를 주저하고 있으며, 이는 그동안 정부의 R&D(연구·개발) 프로그램이 중단기적인 부품·완제품 위주로 치우쳐 장기적인 국가 소재 R&D 프로그램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단기간의 투자와 연구 개발만으로 우리나라 소재가 세계 시장에 자리 잡을 곳은 없다. 이제는 당장의 성과와 이익을 좇는 ‘고식지계(姑息之計)’식 전략은 지양하고, 긴 안목으로 정부의 리더십과 함께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국내 소재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기존 후방산업(부품·완제품)의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는 선결 과제라는 것을 모두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조 경 목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 소장

경남신문 1/12일자